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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돼지고기 절반을 먹는 중국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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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희의 중국 역사의 뒤뜰] 중국인들과 육식 ②
 
 
중국인은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먹는다. 작년(2015년) 한 해 중국인이 전 세계 돼지고기의 52%를 먹었다고 한다. 수치로는 5742만5000톤이고, 한국 소비량의 53배 정도다. 그런데 중국 돼지고기의 가격이 지난 1년 사이 무려 60%나 급등했다.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의 80%, 소비의 52%, 세계 평균의 4.7배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걸까?
 
 
우선적으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자 축산업자들이 돼지 사육 두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중국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미 중국은 돼지고기 수입량이 전년 대비 96%나 증가했다.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은 부동산, 주식 시장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소비자 물가 지수(consumer price index, CPI)'를 돼지고기 가격이 물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빗대어 '중국 돼지고기 지수(China Pig Index, CPI)'라고 풍자하겠는가.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증시가 하락한다는 설이 있다. 작년 6월부터 상해종합지수가 40% 이상 하락했는데 돼지고기 가격은 30% 상승했다. 2010년 4월~2011년 9월 상해종합지수 20%가 급락했을 때 돼지고기 가격은 120% 급등했었다. 그만큼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의 변동은 국내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중국 돼지고기 정육점의 모습. ⓒwikimedia.org 
 
 
의사들은 붉은색 고기를 먹으면 암 발생 비율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붉은색 고기란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등을 말한다. 중국인들이 붉은 고기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중국에서 돼지고기와 관련된 고고학 발견은 허베이 성 무안현(武安縣)의 '자산(磁山) 유적지'에서 비롯된다. 고고학 증거로 보면 8000년 전부터 중국인들은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이곳 유적지에서 발견된 돼지 뼈는 모두 11마리로 성돈 8마리, 어린돼지 3마리였다.
 
 
고고학자들의 결론은 중국인들은 이 시기에도 돼지를 길렀다고 주장한다. 상주(商周) 시기 때 양돈은 이미 흔한 광경이었고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다. 상대 갑골문에는 '시(豕)', '축(豖)', '가(家)' 등의 문자가 출현하였는데 모두가 돼지와 관련이 있다.
 
 
"지금의 구조와 똑같이 宀(면)과 豕(시)의 두 글자가 합쳐진 것으로 볼 수 있다. 宀이야 '집'을 뜻하는 의미 요소여서 제대로 들어갔다고 하겠지만, 거기에 왜 '돼지'인 豕가 들어갔느냐가 문제다. 여기서 나오는 얘기가 바로 똥돼지다. 집 밑에 돼지가 있으니 똥돼지를 기르는 형태의 가옥 구조를 나타낸 글자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구조가 우리나라에 독특한 것이라며 한자가 우리 민족의 글자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하는데, 중국 각지에도 그런 구조는 많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관련 기사 : '家(가)와 象(상)')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에서 돼지고기가 항상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돼지고기는 개고기나 양고기와 비교했을 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중국 역사에서 대체적으로 상층 인사들은 쇠고기와 양고기를 먹었고, 일반 백성들이 돼지고기를 먹었다. 한 예로 1840년 아편 전쟁이 발발했을 때 푸른 눈의 영국인들이 대포를 가지고 청나라를 위협했을 때 흠차대신 기선(琦善)은 서양인들과 교섭을 전개하였다. 회담 전날 그는 '조공 사절 규정'에 따라 영국 함대에 음식을 보냈다. 그 내용을 보면 거세한 소 20마리, 양고기 200마리, 그리고 많은 양의 오리와 닭고기를 보냈으며, 달걀도 2000개를 보냈다. 그런데 돼지고기는 한 점도 보내지 않았다. 돼지고기를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대 중국인들은 돼지고기가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했다. <일화자본초(日華子本草)>에 따르면 "돼지에게는 독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중의학에서 돼지고기를 "오래 먹으면 사람이 허약해진다"라고 믿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송대부터였다. 역사적으로 송대 민간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상당했다. 송대 맹원로(孟元老)의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서는 당시 송나라 수도인 변량(汴梁, 지금의 개봉)의 주작문(朱雀門) 밖의 상황을 소개하면서, 당시 민간에서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다.
 
 
"남쪽으로 가면 남훈문(南薰門)이 있다. (…) 이곳이 전문적으로 민간에서 돼지를 잡는 곳이다. 이곳을 통과해야만 수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곳은 매일 저녁 늦게까지 수많은 민중이 북적였다." 
 
 
남송 시기 도시의 돼지고기 소비량도 적지 않았다. 송대의 오자목(吳自牧)이 쓴 <몽량록(夢梁錄)>에 '육포(肉脯)'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정육점 이야기다. 임안(臨安, 지금의 항주)의 육식 시장은 패북수의방(坝北修義坊)에 있었는데 "골목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모두가 도살을 하는 집들이 있었다. 매일 수백 두의 가축을 도살하였다." 그밖에도 항주성 내외의 고기 파는 가게들이 수없이 많았다. 매일 돼지고기를 걸어놓고 팔았다. 일반적으로 점심을 먹기 전에 그날 잡은 돼지고기들이 그날 모두 팔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왜 송대 사람들은 이렇듯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는가? 다른 육식에 비해 가격이 쌌기 때문이다. 당시 소동파가 말했듯이 돼지고기 값은 쌌다. 그의 <저육송(猪肉頌)>에 따르면, "황주의 좋은 돼지고기 가격이 마치 똥값이었다." 어느 정도로 쌌을까?
 
 
북송 순화(淳化) 연간(990~994년) 수도에서 모휘(牟暉)라는 사람이 돼지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조정에서 1000문(文)의 값으로 배상을 해주었다. 당시 말 한 마리의 가격이 25관(貫)에서 50관(貫)이었으니 말 한 마리 값으로 돼지 25~50마리를 살 수 있었다. 항주성 내의 돼지고기 값은 너무도 쌌던 것이다. <서호노인번승록(西湖老人繁勝錄)>이라는 글에서 당시 번잡한 시장에 몇몇 푸줏간이 있었는데 큰 가게는 하루에 돼지 열 마리를 팔았고 38전(錢)의 싼 값으로 돼지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 
 
 
또 송나라 사람들은 돼지를 빠르게 살찌우는 비법을 잘 알고 있었다. 송대 목축업의 생산 규모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그 가운데 특히 양돈업이 가장 선진적이었다. 현대에 소위 말하는 '규모화 된 양돈 사업'이 이미 송대에 등장했다. 북송의 하원(河薳)이 지은 <춘저기문(春渚紀聞)>에서 위십이(韋十二)라는 사람의 양돈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수주(秀州) 동성에 살고 있는 위십이라고 하는 자가 집에서 돼지 수백 두를 길렀다"라고 했다. 집안에 수백 두의 돼지를 기른다는 것은 현재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당시 일단의 양돈 업자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남송 시기 홍매(洪邁)가 쓴 <이견지지(夷堅支志)>의 '강릉촌회(江陵村儈)'에서 "강릉 사람 모씨가 대대로 양돈을 업으로 하였다"라고 기록함으로써 송대에 양돈이 이미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왜 송대에 돼지고기가 다른 육식에 비해 부상했을까? 농업을 중시했던 역대 정권이 농업과 관련된 소를 중시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육축' 가운데 제사에 사용하는 고기는 소, 양, 돼지를 가장 중요시했다. 그 가운데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먹게 된 이유는 과거 말과 소는 정권 차원의 보호가 있었고, 개고기는 당나라 이후 연회에 오르지 못하였다. 양고기는 생산량이 적었고, 닭고기는 너무 적었다.
 
 
다시 말해서 중국 고대에서 말은 전쟁과 필요한 것이었고, 소는 농경 사회에서 농사를 짓는데 핵심 도구였다. 따라서 자연히 말과 소를 중요시했다. 소를 죽이는 것을 금지시킨 것은 진나라 이후 각 왕조의 정책이었다. 이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양돈을 장려하고 이로 인해 백성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는데 돼지고기가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최근 중국의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의 강세는 세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에서 돼지 사료로 쓰는 옥수수 값이 뛰자 축산 농가가 돼지 사육 두수를 줄이면서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감한 반면 수입은 오히려 늘고 있다. 돼지나 쇠고기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 축산 농가가 사육 두수를 늘리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연스레 곡물 수요도 늘어난다. 여하간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소비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중국인들에게 돼지고기를 조금 먹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인들의 육식 문제는 분명 글로벌 이슈다.
 
 
 
 
 
 
 
 
출처 : 프레시안 (2016.06.23)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8184&ref=nav_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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