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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민…당신의 선택은 ?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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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고소함이 사로잡네…달콤짭짤 살살녹네 돼·지·갈·비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전국 유일 삼겹살 특화거리 15곳 성업
7가지 한약재와 간장 달인 소스에 담가 노릇노릇 구우면 육즙 가득 고소한 향
파절이·마늘넣고 크게 한쌈…감탄사 절로 “마음 편한 음식…서민에겐 딱이죠”
 
부산 초량돼지갈비골목
부두 노동자들 허기 달래려 생긴 골목 지금은 10여곳 남아 가족단위 발길 
굽는 방식·양념은 집집마다 다르지만 냄새 안나는 국산 암퇘지 사용은 동일
야들야들 부드러워 입안에서 사르르~
 
 
‘삼겹살이냐 돼지갈비냐 그것이 문제로다.’ 
 
17세기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속 덴마크 왕자 햄릿은 삶과 죽음을 고민했겠지만, 풍요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삼겹살과 돼지갈비. 둘 중 하나라는 ‘선택’은 햄릿의 고민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인에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래서 두 기자가 삼겹살과 돼지갈비의 자존심을 내건 두 골목을 다녀왔다. 
 
고소하고 달달한 두 기자의 맛깔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삼·겹·살 고소함이 사로잡네 -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직장인들의 회식메뉴 1위’ ‘외국인도 첫눈에 반한 한식’ ‘소주·맥주와 찰떡궁합’. 우리네 먹거리 중 이토록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몽땅 차지한 존재가 있었으니, 비계와 살코기의 환상조화, 삼·겹·살 되시겠다. 충북 청주에는 바로 이 삼겹살을 테마로 한 특별한 골목이 있다. 이름하여 ‘서문시장 삼겹살거리’다. 청주시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전국 유일의 삼겹살 특화거리로, 2012년 문을 열어 현재 15곳의 식당이 성업 중이다.  
 
 
 삼겹살거리에 들어서면 코가 먼저 격한 반응을 보인다. 너무나도 고소한 삼겹살 굽는 내가 진동하기 때문. 마침 출출했던 터라 한 가게에 얼른 자리를 잡았다.
 
 
 고민할 것도 없이 삼겹살을 주문하니 주인장이 즉석에서 도톰한 삼겹살을 썰어낸다. 이어 파절이·상추·쌈장·콩나물·김치 등 눈에 익은 찬들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여느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그런데 마지막으로 상에 오른 갈색물 한접시는 당최 용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청주 삼겹살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간장소스예요. 고기에 은은한 향을 입히는 역할을 합니다.” 주인장 김동진씨(52·함지락 대표)가 삼겹살을 갈색물에 푹 적신 다음 달궈진 불판 위에 올린다. 알고 보니 그 물의 정체는 황기·당귀·생강·계피 등 7가지 한약재와 간장·물을 함께 달인 것인데, 여기에 고기를 담갔다가 굽는 게 ‘청주식’ 삼겹살 굽는 법이다. 과거 잡내를 잡으려고 몇몇 식당에서 달고 짠 간장물을 고기와 함께 내었던 것이 그 유래란다.
 
 
 “삼겹살은 육즙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딱 한번만 뒤집으세요. 그리고 노릇해질 때까지 익힌 다음 잘라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절반도 익지 않은 고기를 뒤집으려다 주인장의 설명을 듣고 얌전히 집게를 내려놓았다. 1시간처럼 느껴지는 10분이 지나고, 먼저 노릇노릇해진 삼겹살 한점을 아무 양념 없이 먹어보기로 했다. 
 
 
 씹자마자 터지듯 밀려나온 육즙과 고소한 향기가 입속을 강타한다. 육질은 또 어떤가. 꼭꼭 씹다 보면 사르르 사라지고 없다. 간장소스 덕인지 은은한 한약재 향기도 살짝 느껴진다. 두번째는 파절이·마늘과 함께 크게 한쌈 꿀꺽. 매콤·달콤·새콤한 파절이와 기름진 삼겹살은 마치 처음부터 하나인 듯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2인분을 뚝딱 해치우고 입가심 핑계로 김치볶음밥도 맛보기로 했다. 삼겹살을 굽던 불판 위에 김치·쌀밥·김채를 올리고 참기름을 둘러 고루 볶다가 약간 눌어붙을 때쯤, 숟가락을 들면 된다. 윤기 줄줄 김치볶음밥 역시 고소하고 감칠맛 넘치는 맛이다.
 
 “위하여!” 
 
 50년 지기 친구 사이로 종종 삼겹살거리를 찾는다는 윤성로(65)·윤석위씨(65)는 맛도 맛이지만 삼겹살만큼 마음 편한 음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사람은 “상에 둘러앉은 사람이 다 같이 고기를 굽고, 술잔도 부딪치고 그런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편하고 즐겁다”면서 “게다가 많이 먹어도 주머니 부담이 적으니 서민들에게 이만한 음식이 또 어디 있겠냐”며 삼겹살 예찬론을 펼쳤다. 손님들 얘기에 주인장도 거든다. 김동진씨는 “요즘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이 소통의 부재인데, 불판을 앞에 두고 먹고 마시다 보면 서로 소통을 안할 수가 없다”며 “그러니 높으신 분들일수록 주변 사람들과 삼겹살을 더 자주 먹어야 한다”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듣고 보니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 동료·가족들·선후배와 함께할 올 송년회 메뉴는 당연히 삼겹살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간 쌓아두었던 고마움은 삼겹살 한점으로 전하고, 말 못한 서운함은 소맥 한잔에 훠이훠이 날려보내 버리자!
 
 청주=김난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kimnan@nongmin.com
 
 
 
 ●달콤짭짤 살살녹네 돼·지·갈·비 - 부산 초량돼지갈비골목
 
 “삼겹살은 금방 말라 질기고 무슨 맛이 있노? 돼지갈비가 부드럽고 훨 낫다 아이가.”
 
 
 부산 동구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에서 만난 한 ‘부산 아지매’의 얘기다. 삼겹살 마니아들은 콧방귀를 뀔지 모르지만 돼지갈비 마니아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터. 야들야들 부드러운 살에 달콤 짭짤한 양념, 손에 쥐고 뜯어가며 먹는 맛은 감히 삼겹살이 따라올 수 없다. 딱 하나(?), 삼겹살에 밀리는 게 있다면 양념 때문에 고기가 빨리 타는 정도?
 
 
 고깃집에서 삼겹살과 돼지갈비 중 돼지갈비를 택하는 이라면, 혹은 삼겹살만 먹다 먹다 지친 이라면 부산으로 가보자. 돼지갈비집이야 동네에도 있겠지만, 초량돼지갈비골목에서는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두툼한 갈비를 맛볼 수 있다.
 
 
 초량돼지갈비골목은 부산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부산역 맞은편 초량시장 근처의 좁은 골목에 간판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름이 재미있다. ‘남해갈비’ ‘밀양갈비’ ‘진주갈비’ ‘창녕갈비’ ‘울산갈비’…. 부산에 있는 갈비집들의 이름이 부산 인근의 지명이라니.
 
 
 초량동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산허리에까지 집을 지으며 산복도로가 생긴 곳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부산항을 통해 원조물자가 들어오면서 많은 부두 노동자들이 산복도로 인근 주택가에 정착해 살았다. 부두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값싸고 든든한 돼지갈비로 피로를 풀면서 돼지갈비골목이 생겨났다.
 
 
 “1950년대에 처음엔 한집에서 돼지국밥과 빈대떡을 팔았어요. 그러다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남은 갈빗대를 양념해 구워 팔기 시작했죠. 아, 왜 목에 낀 먼지를 없애려면 돼지고기가 좋다고 하잖아요? 당시 부두에 많이 들어오는 게 시멘트·강냉이가루·밀가루 3가지였으니 먼지가 얼마나 많았겠어요.”
 
 
 1976년 문을 열어 가장 오래된 ‘은하갈비(☎051-467-4303)’ 정재구씨(80)의 얘기다. 정씨는 “한때 식당이 30여곳이나 됐지만 지금은 10여곳으로 줄었고, 부두가 옮겨가면서 손님들도 부두 노동자에서 가족 단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골목의 돼지갈비는 2가지 형태다. 불판에 굽는 방식과 은박지에 굽는 방식인데, 여기에도 사연이 있다. 처음엔 구멍을 낸 드럼통 뚜껑을 연탄불에 올려 고기를 구웠는데, 가스불로 바꾸자 양념이 흘러내려 불이 꺼졌다. 그래서 은박지를 깔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어떤 집들은 숯불 위에 불판을 얹어 고기를 구웠다.
 
 
 “굽는 방식과 양념이 집집마다 달라 손님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집을 찾아가요. 하지만 고기는 냄새가 나지 않는 국산 암퇘지만 쓰도록 상인회에서 정해 어느 집이든 믿을 수 있어요. 가격도 1인분에 8000원으로 저렴하죠.”
 
 
 30년째 골목을 지켜온 임순만 ‘부광숯불갈비(☎051-467-7389)’ 사장(58)은 이렇게 말하며 “갈비짝을 통으로 가져와 직접 장만하기 때문에 고기가 두툼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김해·구포·사상 등지의 식육점에서 갈비를 가져와 매일 아침 손질해 비법 양념으로 재운 뒤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는 것이다.
 
 
 ‘지직지직’ 소리를 내며 갈색으로 익어가는 고기 한점을 입에 넣자 부들부들한 것이 감미롭게 혀를 감싸다 금세 사라지고 없다. 얼른 다시 한점을 집으니 임 사장의 한마디. “돼지갈비를 먹으려면 손이 빨라야 해요. 타지 않게 빨리빨리 뒤집어야죠, 금방 없어지니 빨리빨리 집어야죠, 그러다 보면 2인분은 기본이에요”
 
 
 돼지갈비의 유일한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까지 알았으니, 이제 선택만 하면 된다. 여기 돼지갈비 추가요! 
 
 부산=김봉아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bong@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 (2016.12.12)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71158&subMenu=articleto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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