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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만 스테이크? 그 못잖은 돼지목살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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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돼지고기 요리 인기
 
 
한국인의 힐링푸드 중 하나인 돼지고기. 으레 삼겹살 구이나 목살 넣은 김치찌개만 떠올린다. 하지만 요즘엔 세련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메인 요리로 돼지고기를 내기도 한다. 맛과 풍미를 최적화하고자 소고기처럼 숙성시켜 즐길 수 있는 남다른 돼지고기 식당도 늘고 있다. 품종과 사육 ‘족보’를 따져 스페인산, 제주산, 문경산 등을 내세우는 일도 흔하다.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스테이크 하우스’의 돼지고기 목살구이. 14시간 저온 조리(수비드)하고 오븐에서 2차로 구워내 바삭한 질감과 부드러운 속살을 살렸다.

 

지난 10월 문을 연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소고기나 양고기 등 기존 스테이크집에서 흔히 나오는 요리 외에 돼지목살 스테이크를 내놓는다. 최고급 목살을 소금·후추·마늘·양파와 훈연한 파프리카로 2시간 재운 뒤 14시간 저온 조리(수비드)하고 오븐에서 2차로 구워낸다. 이렇게 하면 돼지고기 특유의 쫄깃하고 아삭한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부드러워진 속살과 바삭한 겉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수현 헤드셰프는 “예전엔 스테이크라고 하면 값비싼 소고기만 생각했다”며 “질 좋은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가격은 합리적이면서 맛은 좋아 고객들 호응이 높다”고 했다. 돼지 스테이크는 250g 기준 3만7000원이라 양고기(270g 5만8000원)나 소고기(와규 250g 6만5000원)에 비해 훨씬 싸다.

 
서울 장충동에 최근 문을 연 캐주얼레스토랑 ‘서울다이닝’에선 마포돼지갈비에서 영감받은 창작 요리가 미식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모양은 여느 파인다이닝의 스테이크같다. 하지만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불향 나게 볶은 대파, 오븐에서 구운 양파가 어우러진 식감은 잘 재워 구운 양념돼지갈비를 연상시킨다. 김진래(에릭 킴) 셰프는 “한국인이 즐겨먹는 돼지고기를 파인다이닝으로 풀어냈다”며 “소스로 고깃집에서 흔히 먹는 멜젓 대신 엔초비 페스토를 써서 외국인도 쉽게 즐기게 했다”고 말했다.
 
파인다이닝에서 서슴없이 돼지고기를 쓸만큼 돼지고기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까진 직장 회식 메뉴로 제일 만만한 게 ‘소주에 삼겹살’일 정도로 돼지고기는 값싼 식재료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젠 고급 호텔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격식 있는 메인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게 가능한 건 돼지고기 자체의 품질이 좋아진 데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고급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건 스페인산 흑돼지 이베리코다. 이베리코는 원래 하몽 재료로 알려져 있지만 돈육 자체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육즙과 식감을 갖췄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2017)에서 1스타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다이닝인스페이스’는 2년 전 오픈 때부터 이베리코를 메인 메뉴에 활용해 왔다. 노진성 오너 셰프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소·양 스테이크처럼 뻔한 메뉴에서 탈피하고 싶어 시도했다”고 말했다. 일단 오븐에 낮은 온도로 2시간 익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만들고 이것을 팬프라이하면 육즙이 불맛과 어우러지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풍미를 살릴 수 있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DOSA by 백승욱’이 한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베리코 보쌈’.

 

한식을 고급스럽게 재해석하는 트렌드도 ‘프리미엄 돼지 요리’ 붐에 한몫한다. 양식과 일식 테크닉을 기반으로 한식을 모던하게 해석하는 아키라 백(백승욱) 셰프가 한국 돼지보쌈을 풀어내는 방식을 보면 이해가 쉽다. 도산대로에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도사(DOSA)’에는 ‘이베리코 보쌈’이라는 메뉴가 있다. 이름은 돼지보쌈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프렌치레스토랑 등심 스테이크처럼 단아한 모양이다. 뜨거운 팬에 재빠르게 구운 이베리코 스테이크에 사과나무 연기를 훈연하고 김치 양념한 엔다이브(샐러드 재료로 주로 활용되는 서양식 꽃상추)를 곁들여 낸다. 백 셰프와 9년간 함께해온 제이슨 오 셰프는 “이베리코 살치살을 제대로 구웠을 때 소고기보다 부드럽고 김치와 풍미도 잘 어울려 한우 안심이나 옥돔·방어 등 다른 메인 메뉴보다 주문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방목해서 장기간 키우는 이베리코는 근육양이 많아서 소고기에서 주로 얻는 살치살(목살과 윗등심 사이의 부위)을 별도로 추려낼 수 있다.
 

 

문경 약돌 돼지꼬치 요리.

 

그랜드하얏트 인천 ‘레스토랑 8 스시&야키토리’.

 

국산 돼지고기, 즉 한돈에서도 품종과 사육 방식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급으로 차별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레스토랑 8 스시 & 야키토리’에서는 지난 11월 메뉴 개편을 하면서 문경 약돌 돼지꼬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경북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와 경북대 공동 연구로 탄생한 브랜드 ‘문경 약돌 돼지’를 주재료로 쓴다. 문경 일대에 분포하는 거정석이 인체에 유익한 약리작용을 하는 데 착안해 이를 갈아 사료에 소량 첨가해 먹여 키운 돼지다. 정재기 셰프는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적고 식감과 풍미가 좋아 꼬치 요리로 활용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가 제주산 흑돼지로 선보인 정찬 코스의 메인 메뉴.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가 제주산 흑돼지로 선보인 정찬 코스의 메인 메뉴.

 

국산 돼지 중에 가장 몸값 높고 잘 알려진 제주 흑돼지 역시 구이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변주된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시즌즈(Seasons)’는 지난 11월 한달 간 제주산 흑돼지로 주 요리를 구성한 11만원대 정찬 코스 특선을 내놓았다. 또 제주 해비치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도 지난 6월 오픈 메뉴로 제주산 흑돼지 항정살에 카라멜라이즈(설탕을 고온에 가열한 시럽)한 사과 등을 곁들인 메뉴를 내놓았다. 제주 현지식을 호텔식으로 끌어올리는 노력도 주목할만하다. 켄싱턴 제주 호텔 한식당 ‘돌미롱’은 조찬 메뉴로 제주 흑돼지뼈를 푹 우려내 진한 육수에 무와 메밀을 넣은 ‘접짝뼈국’을 내고 있다.

 

파인다이닝의 돼지고기 구애 흐름의 다른 한편엔 돼지고기 자체의 고급화 흐름도 있다. 최근 숙성으로 더 맛을 들였다는 ‘숙성육’을 내세운 돼지고기 식당도 생겼다. 제주고기 전문점 ‘만덕식당’은 영하 1도의 차가운 물에 담가 1차 숙성(웻에이징)하고 이를 다시 온도 2도에 습도 75%로 맞춘 전용 숙성고에 넣어 2차 숙성을 한다. 물에 넣는 웻에이징과 건조하는 드라이에이징 2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해 교차숙성이라고도 한다. 숙성 기간은 돼지고기 부위와 상태에 따라 달리 한다. 만덕식당의 돼지고기 숙성을 담당한 김태경 이사(축산경영학 박사)는 “2차 숙성과정을 통해 돼지고기 육질이 부드러워지면서 감칠맛이 살아나고 특유의 누린내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로 김치찌개용으로 먹는 앞다리살(근고기, 600g 단위로 판매) 부위가 당당히 구이 메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숙성방식 덕분이다. 김 이사는 “앞다리살·등심 같이 지방이 적은 부위는 숙성을 통해 감칠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앞다리살 구이를 꾸준히 찾고 있어 최근엔 삼겹살과 비슷하게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앞다리살은 삼겹살과 비교해 가격이 절반 정도다.

 
돼지고기는 완전히 익혀먹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미 유럽·미국에서 미디움으로 익혀먹는 것에 대한 안정성이 입증됐다. 따라서 고기를 구울 때 소고기 스테이크처럼 미디움으로 익혀먹으면 숙성 돼지고기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숙성할 때 편백나무를 쓰는 식당도 있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함유량이 많아 탈취 효과가 있다. YG푸드가 운영하는 ‘삼거리푸줏간’은 이 편백나무 상자로 돼지고기 누린내를 잡는다. 노희영 대표가 고급 횟집에서 위생 항균효과가 있는 편백나무로 만든 도마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생각해냈단다. 우선 사육 일수가 200일이 넘지 않은 1등급의 암퇘지를 엄선한다. 이 고기를 3일간 편백나무 상자에 넣어 숙성하는데 돼지고기 잡내가 사라지고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출처 : 중앙일보 (2016.12.16) http://news.joins.com/article/21008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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