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기록에 따라 사학자들은 부여에서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豬加), 구가(狗加)의 관명을 사용했다고 해서 이 때 이미 가축을 길렀다고 고증하고 있다.

가(加)는 만주와 몽고계통어의 汗(Han, Kan), 可汗(Ganhan, kanhan) 또는 남방사회의 「한(韓)」, 「간(干)」, 「금(今)」과 같은 말로 귀인이나 대인을 지칭한다.

씨족장, 부족장을 뜻하는 「가(加)」는 처음에는 족장의 명칭에서 시작돼 대관이나 장관의 직명으로 변모한 것이다. 지금의 장관급이나 높은 관직명으로 사용된 것은 가축이 그만큼 중요시되고 부의 척도로 삼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육축(六畜)」은 마(馬), 우(牛), 양(羊), 견(犬), 시(豕), 계(鷄) 여섯 가지로 전술한 부여시대 육축관명에 돼지라는 저(猪)「시(豕)」가 명기돼 있다.

돼지 시(豕)는 돼지이며 돼지를 뜻하는 한자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돈(豚)」과 「저(猪)」가 있다.

돼지 시(豕)는 제사에 쓰이는 돼지를 지칭한다. 상고시대 우리 민족은 일 년에 한두 번씩 제천대회를 열고 여러 행사를 치러왔다. 그 시기는 대개 추수가 끝난 겨울철이었는데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올리는 것이 「시(豕)」로 제사용이나 식용으로 돼지 사육을 권장해 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家)」자는 돼지 시(豕) 위에 움집이라는 「宀」을 올린 것으로 옛날에 높은 언덕이나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붕만 보이는데 돼지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집(家)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돼지는 농가에서 기른다는 뜻이고 돼지를 길러야 진정한 의미의 농가이며, 돼지는 가족의 일원으로 「집(家)」자는 돼지를 기르는 곳이자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멧돼지과에 속하는 잡식성 포유동물인 돼지는 예로부터 「돌」, 「도야지」로 불려왔는데 오늘날의 돼지는 돌아지(도야지)가 변한 것이다.

한자로는 저(猪), 시(豕), 돈(豚), 체(彘), 해(亥) 등으로 표기되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여 종의 품종이 분포한다.

돼지는 유럽 중·남부와 아프리카 북부에서 야생하는 유럽산 멧돼지, 중국 내륙 동부에서 우수리 강 유역에 걸쳐 살고 있는 멧돼지, 동남아시아 멧돼지 등이 가축화 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 재래종 돼지는 중국의 멧돼지나 동남아시아의 멧돼지에서 유래됐다는 두 가지 학설이 있고, 전술한 관직명 등으로 미루어 2천 여 년 전에 사육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